두 달 동안의 밴드 경험... 그리고

게시자: Haeyoung Jeong, 2013. 12. 11. 오후 4:32
네이버의 앱 "밴드"는 나에게 참 즐거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연락이 끊겼던 초-중-고 동창들을 길게는 삼십 몇년만에 다시 찾게 되어 추억을 되살리고, 사이버 공간이나 혹은 실제로 만나게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울리는 푸쉬 알림(대개 밴드 가입 초기에 덜 울리는 쪽으로 알림 설정을 바꾸게 됩니다)과 수시로 올라온 새 글을 확인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업무 집중도나 가족에 대한 배려가 많이 훼손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밴드는 데이터를 잡아먹는 귀신입니다.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을 별 거부감 없이 확인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효자 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휴대폰에서는 앱을 삭제하고, 웹 브라우저만읕 통해서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분기별로 반창회를 한다는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무 모임이 잦다 보니 연락이 끊겼다가 새로 가입한 친구가 있을 떄에만 모임이 활기가 있을 뿐, 옛날 이야기만 나누어서는 더 이상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동창 모임이라 해도 일정 부분을 현재와 미래에 기반하지 않으면 생동감이 떨어지고, 결국 모여서 술만 마시다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나쁜 기억과 얽힌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요. 동창 밴드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동창 모임의 성격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퇴근 후 비로소 휴대폰을 손에서 놓게 되던 날 저녁, 정말로 평안함과 홀가분함을 느꼈습니다. 눈 앞에 놓인 생업, 그리고 현재의 실제 공간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집중합시다. 뒤통수에 케이블을 꽂고 다른 세계에 빠져 있는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가 되기는 싫습니다^^ 물론 네오는 기계에 맞서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 세계에 빠져들어 있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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